인지과학은 사람의 마음, 동물의 지능, 인공지능 시스템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뇌의 작용과 신체 움직임 제어를 포함한 인간의 마음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리고 동물과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지능이 정보로 어떻게 표현되고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통합적이며 다학제적인 과학 분야입니다. 인지과학은 심리학, 철학, 신경과학, 언어학, 인류학, 컴퓨터 과학, 학습 과학, 교육한, 사회학, 생물학, 로봇 공학 등 여러 학문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인지과학'이라는 용어는 1973년 크리스토퍼 롱게히긴스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이후 1976년에는 세계 최초의 학술지인 '인지과학'이 미국에서 창간되었고, 1979년에는 '미국 인지과학회'가 설립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987년에 인지과학회가 출범했습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마음을 '뇌+몸+환경'의 통합적인 개념으로 파악하는 '제3의 인지과학 패러다임'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습니다. 인지과학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한 가지 관점에서만 연구해서는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현상을 깊이 파악하려면 여러 층위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외우고 나중에 다시 떠올리는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행동을 직접 관찰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보여준 뒤 잠시 후에 그 번호를 기억해 내게 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뇌 속 뉴런의 활동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동안 사람의 뉴런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것이죠.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과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뇌 속에서 어떤 뉴런들이 언제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특정 뉴런의 활동을 관찰된 행동과 직접 연결 짓기는 어렵습니다. 즉, 뉴런들의 활성화만으로 특정한 행동이 왜 일어나는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서로 다른 차원의 분석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책 '체화된 정신: 인지과학과 인간 경험'에서는 "정신을 연구하는 새로운 과학들은 그 범위를 실제 인간의 경험과 그 경험 속에서 나타나는 변화 가능성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곧 뇌에서 벌어지는 과정들이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 원리를 이해하려면, 한 현상을 여러 층위에서 분석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영국의 저명한 신경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마아'는 인간의 시각을 정보 처리 시스템에 비유하며, 이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가지 분석 단계를 제안했습니다. 1. 계산 계층: 이 단계는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정의합니다. 2. 표현과 알고리즘 계층: 이 단계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즉, 정보를 어떤 형태로 표현하고(표상), 어떤 절차(알고리즘)를 통해 입력 정보를 처리해 출력으로 변환하는지 연구합니다. 3. 물리적 계층: 이 단계는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인 시각 시스템의 경우 어떤 신경 구조와 뉴런들의 활동이 시각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지과학은 객관주의적 관점과 현실주의적 관점을 취합니다. 즉, 마음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와 관찰자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를 인정합니다. 이 학문은 주로 시뮬레이션이나 모형화 같은 과학적 방법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인간 행동의 특성과 비교하고는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인지과학을 단일 학문으로 인정하기를 꺼리며, '인지 과학 학문들'이라고 복수형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인지과학자라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은 기능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관점은 정신 상태를 기능에 따라 구분합니다. 어떤 시스템이 특정 정신 상태를 위한 기능을 수행할 때, 그 시스템이 그 정신 상태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을 때 뇌의 뉴런이 어떤 기능을 수행한다면, 뉴런이 그 기능을 수행할 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입니다. 특정 기능주의 관점에서는 인간 외의 다른 동물, 외계 생명체, 또는 고등 컴퓨터도 원칙적으로 정신 상태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인지과학에서 '인지'라는 용어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의 정식 작용이나 구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개념은 매우 넓어서, 분석 철학에서 사용되는 '인지'라는 용어와 혼동될 수 있습니다. 분석 철학에서는 '인지'가 형식적인 규칙과 '진리 조건적 의미론'에만 국한되기 때문입니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인지'라는 단어는 원래 '무언가를 알아가는 행위 또는 과정'을 뜻했습니다. 이 단어는 1586년 플라톤 철학의 '지식' 이론 맥락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지과학 분야의 대부분 학자는 자신들의 학문이 플라톤이 추구했던 '지식'처럼 확정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지과학은 '인지'와 관련된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지만, 정신이나 지능의 특성과 작동에 관한 모든 주제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문화적 요인, 감정, 의식, 동물 인지, 비교적/진화론적 접근법 등은 인지과학의 핵심 원리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종종 소홀히 다뤄지거나 아예 배제되기도 합니다. 특히, '감각질'의 존재는 인지과학에서 일반적으로 꺼리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감각질은 두통의 통증, 와인의 맛, 석양의 붉은빛처럼 주관적이고 의식적인 경험의 개별 사례를 의미합니다. 이 주제에 대한 논의는 종종 철학적 난제로만 언급될 뿐입니다. 하지만 인지과학계 내부의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주제들이 매우 중요하며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