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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론 - 인지과학의 역사

by 브로핏 2025. 8. 27.

인지과학의 뿌리는 고대 그리스 철학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데카르트, 흄, 칸트, 스피노자, 말브랑슈, 카바니스, 라이프니츠, 로크와 같은 사상가들은 정신과 인식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전개하였다. 이들의 사유는 이후 심리학 발전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이들이 사용한 개념과 도구는 오늘날의 인지과학이 다루는 접근과는 성격이 달랐다. 현대적 의미의 인지과학은 1930~40년대 초창기 인공두뇌학자들인 우렌 맥컬럭과 월터 피츠의 작업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정신의 조직 원리를 이해하고자 했으며, 생물학적 신경망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초기 인공 신경망 모델을 제안하였다. 같은 시기, 앨런 튜링과 존 폰 노이만과 같은 인물들은 계산 이론과 디지털 컴퓨터 이론을 발전시켰다. 특히 '폰 노이만 기계'는 정신을 탐구하기 위한 비유이자 연구 도구로서 인지과학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학계에서의 초기 인지과학 연구는 MIT Sloan 경영대학의 J.C.R. Licklider에 의해 수행되었다. 그는 컴퓨터 메모리를 인간 인지를 모형화하는 틀로 활용하며 실험을 진행하였다. 1959년에는 노엄 촘스키가 B.F. 스키너의 저서 Verbal Behavior를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당시 심리학은 행동주의가 주류였고, 자극과 반응의 관계만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촘스키는 언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생 문법과 같은 내재적 표현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인지과학의 전환점이 되었다. 'Cognitive Science'라는 용어는 1973년 Christopher Longuet-Higgins가 Lighthill 보고서에 대한 논평 속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인지과학 학회와 인지과학 학술지가 창립되었고, 1982년에는 Vassar 대학이 세계 최초로 인지과학 학부 학위를 수여하였다.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의 인지과학은 인공지능 연구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었다. 마빈 민스키 같은 연구자들은 리스프와 같은 언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해, 인간이 의사결정이나 문제 해결을 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구현하려 했다. 이는 기호적 AI 접근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기호적 AI는 모든 지식을 명시적 기호로 나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이르러 신경망 기반의 연결주의가 대두되었다. 정신은 계층적 망으로 표현되는 복잡한 연관의 집합이라는 관점이 부상했으며, James McClelland와 David Rumelhart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연결주의 역시 지나치게 복잡해 설명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반대로 어떤 현상들은 여전히 기호적 모형으로 더 잘 설명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두 접근을 병합하여, 기호 모형과 연결주의 모형의 장점을 함께 활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인지과학은 20세기 중반에 여러 학문 분야가 융합하며 탄생한 학문으로, 인간의 마음과 지능을 과학적으로 탐구한다. 이 학문의 역사는 크게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1950년대는 인지과학의 토대가 마련된 시기다. 당시 심리학은 관찰할 수 있는 행동만을 연구하는 행동주의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행동주의는 언어나 문제 해결과 같은 복잡한 인지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반발로 인지 혁명이 시작되었다. 1956년, 다트머스 워크숍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며 인간의 사고를 기계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이와 동시에,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는 언어 능력이 단순히 학습된 행동이 아니라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주장하며 행동주의를 비판했다. 또한,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단기 기억의 한계를 제시하며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에 대한 연구를 촉발했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컴퓨터 메타포로, 인간의 마음을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에 비유하여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인지과학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정립되는 시기였다. 울릭 나이서는 1967년 '인지심리학'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인지과학의 핵심 개념들을 체계화했다. 이 시기의 인지과학은 주로 정보처리 이론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인간의 마음을 정보의 입력, 저장, 처리, 출력 과정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기억, 주의, 문제 해결과 같은 인지 기능들을 설명하려 했다. 허버트 사이먼과 앨런 뉴웰은 '일반 문제 해결기'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간의 사고 과정을 모방했다. 1980년대 이후, 인지과학은 단순한 정보처리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중요한 흐름은 연결주의와 인지 신경과학이다. 연결주의는 인간의 인지 과정이 뉴런들의 복잡한 연결망을 통해 이어진다고 보았다. 이는 인공 신경망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fMRI나 EEG와 같은 뇌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떤 인지 기능과 관련 있는지 직접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인지 신경과학은 인지 과정이 뇌의 물리적인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탐구하며 인지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처럼 인지과학은 행동주의의 반발에서 시작하여 컴퓨터 과학과의 결합, 그리고 신경과학과의 융합을 거치며 인간의 마음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려는 통합 학문으로 진화해 왔다.